입원 준비

입원 준비래봐야 대단할 것도 없다. 머리 자를때가 지나서 머리를 잘랐다. 원래 짧은 머리지만 혹시 치료하느라 힘들거나 해서 당분간 머리자르러가기 힘들까봐 평소보다 좀더 짧게 잘라달라고 말했다. 미용사는 두달만에 와서는 머리를 더 짧게 잘라달라는 나의 말에 다음번엔 세달만에 올거냐고 농담을 던졌다. 나도 그저 함께 웃었다. 말 하려면 못할 것도 아니지만, 굳이 ‘제가 암진단을 받아서 다음주에 입원하거든요. ‘따위의 이야기를 해서 미용사를 당황시킬 이유는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준비는 각종 검사를 열심히 받는 일이다. 환부의 mri촬영과 mammography라 불리는 유방촬영(그 토마토 터지는 그거 맞다 -_-ㅋ), 원격전이를 찾기 위한 전신 pet ct촬영, 뼈로의 전이를 염려한 bone scan, 그리고 치료로 인해 골밀도가 떨어질 것에 대비한 골밀도 검사가 주된 검사이다. 2주전에 수술을 했기때문에 심전도, 기본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은 더 할 필요는 없었지만 종양표지자 검사를 위해 혈액검사를 더 넣었다. 거기에 내가 천식이 있는데 긴시간 수술을 하는 것이 우려되어 폐기능검사가 추가되었다. 11월 넷째주 월요일에 암 진단을 받고 그 주에 모든 검사를 끝내고 12월 초에 입원과 수술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검사 받기도 바쁜 일이었다. 검사일정이 빨리빨리 잡힌것도 다행인 일일 것이다.
그 외의 입원 준비라면 지인들에게 발병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있다. 굳이 알려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알리지 않아서 지인들을 섭섭하게 할 이유도 없다. 다만 괜한 걱정을 덜기 위해 모든 검사가 끝나고 의사를 만나 최종적인 수술계획과 앞으로의 치료계획을 들은 뒤에 알리기로 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11월 넷째주의 금요일. 현재 모든 검사를 마쳤고 다음주 월요일에 의사를 만나기로 했다. 월요일에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지 고민을 해 두어야 한다. 부모님과 동생에게는 진단을 받고 바로 알렸다. 좀 고민이 되었지만, 숨겨서 될 일도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 다만 부모님에게 고지하는 일은 괴로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 외의 지인들이라면 학교 사람들, 지도교수님 등에게 따로 알려야 할 것이고, 그 외의 친구들은 내가 다른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SNS따위로 알리게 될 것이다. 다만 시댁에는 언제 어떻게 알려야 할지 아직도 고민스럽다.
마지막으로는 돼지인 나의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인데, 물론 근본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체중을 줄여야 한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혹시 화학요법을 하게 되면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만큼 써야하는 약도 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되도록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하여간에 돼지는 괴롭다.
하지만 암을 고지받고 수술까지 고작 열흘, 그 사이에 엄청난 감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열흘동안 하루에 두세시간씩 격렬한 운동을 할 수도 없다. 수술 전 검사들을 위해서는 안정을 취해야 하며, 특히 영상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조영제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근육피로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수술 전에 굶어서 영양상태를 나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별로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그냥 체력에 도움이 되겠거니 하면서 하루에 한시간 정도 걷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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