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오늘”도” 어느 노동자는 퇴근하지 못했다.
오늘은 설탕이다. 경기도의 식음료 제조회사 설탕 창고 내부를 청소하던 작업자가 설탕에 매몰돼 숨졌다. 이번에도 하청노동자였다. 우리들의 혀를 즐겁게 하는 설탕이 사람을 죽일수도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무엇이라도 흉기가 된다.
18일이다. 한파 속에 김용균의 어머니와 이한빛의 아버지가 곡기를 끊은지 벌써 18 일이다. 다시는 당신들의 아들처럼 누군가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은 농성하고 있다.
여야는 모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입법하겠다고 말한다. 정의당 대표는 3당대표 회동을 제안했지만 대화는 요원하다. 야당은 여당이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아직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여당은 야당의 논리가 해괴한 논리라며 말 싸움만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거대여당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법은 무리를 해서라도 다 처리를 해 왔다. 사법개혁이 중요하고 적폐청산이 중요한 것 알겠다. 고위공직자 수사처도 잘 만들어 지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들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위험한 노동 현장은 직접적으로, 그리고 성실하게 매일매일 노동자를 죽이고있다. 가장 약한 사람들부터 골라서. 하청노동자부터, 비정규직노동자부터.
사람이 죽는데 기업을 처벌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완화, 축소, 유예에 대한 논의가 맴돈다.
작년 소위 김용균법이라고 불렸던,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자마자 같은 화력발전 사업장에서 또 사고가 벌어졌다. 기업의 형편을 봐 주고, 입법의 핵심적인 논의들을 지켜내지 못한 결과다.
제발 부탁한다. 어느 조항도 완화하거나 축소하지 않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원한다. 재계가 두려워 벌벌 떨 입법을 원한다. 두려워서라도 기업이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을 원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더 이상 죽지 않을 수 있다면, 살아남은 그들 노동자들과 함께 적폐청산도, 사법개혁도, 함께 가면 되지 않겠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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