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양이

킁킁이는 동료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일루와 삐약이가 살던 우리집에 킁킁이가 들어와, 삐약이와 너무 잘 노는 모습에 킁킁이도 함께 살 것을 결정했지만, 삐약이는 갑자기 두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삐약이가 아니었으면 킁킁이는 우리집에 계속 살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루는 나이도 많고, 원래 성격도 잘 노는 타입이 아니라 킁킁이는 일루에게 놀자고 괴롭히다가 무안해하기만 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창 잘 놀아야 하는 나이에.

일루가 세상을 떠나고, 아직 만 세살이 되지 않았던 킁킁이를 위해 동료 고양이를 들일까 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킁킁이를 생각하면 친구가 있는것이 좋겠지만, 고양이의 마지막 부터 생각하게 되는지라 고민이 쉽지 않았다. 두 고양이는 한날 한시에 떠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영원히 계속 새 고양이를 들이고 키워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고통스러웠다. 일루를 만난 것 일루를 키운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킁킁이가 우리집의 마지막 고양이라고 생각 해 왔다.

석달이 지나고 킁킁이는 세살이 됐다. 새 고양이를 들일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는데, 언젠가 부터 손이 고양이 커뮤니티의 입양정보 게시판을 누르고 있었다. 같은 동네 출신의 노란 고양이 하나를 눈여겨 보고 연락을 해 봤는데, 임시보호자와 입양홍보자가 우리집에 와서 보더니 우리 집이 너무 짐이 많고 위험해보여서 보낼 수 없다며 울다가(!) 다시 고양이를 데리고 돌아갔다. 우리집이 좀 더럽긴 한데, 그렇다고 고양이가 못 살 정도인가 싶었다.

주말에 옆동네 공장출신 노란 고양이가 공장에 낳은 새끼를 데려왔다. 이름은 포포. 친구들이 큰사람(?)되라고 이름을 거창하게 지어주자고 해서 지크(지저스크라이스트;;)등을 후보에 올렸다가 POPE를 변형한 포포로 낙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으악으악 밤낮없이 울어대서 주말에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재미삼아 써보는 고양이 번역기 앱을 켜보니 아기고양이의 절규는 Mommy!! 였다. 어미와 형제와 잘 지내고 있던 고양이가 갑자기 혼자 딴데 떨어졌으니 힘들것이다. 그래도 킁킁이가 좀 들여다 보고 화도 내고 하더니 새끼고양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둘을 집에 두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립고 슬퍼도,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건 고양이에 대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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