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고양이

주택가가 다 그렇겠지만, 지난 가을에 이사 온 동네는 산 자락이기도 하고, 오래된 동네이기도 해서 고양이들이 많다. 한겨울에도 때때로 고양이들이 크게 울어대기도 했는데, 이제 좀 날이 풀리고 햇살이 따뜻하니 매일같이 밤낮으로 고양이들이 울어댄다. 밥도 좀 줘 보고 하는데 그다지 먹는 것 같지도 않고, 내가 게으르기도 하거니와 혹시 이웃들이 싫어할까봐 너무 드러내 놓고 밥을 주기도 좀 그렇다.
고양이를 기르는 내가 듣기에도 싫은 소리를 하루종일 고래고래 지르고 있으니, 내 걱정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화가난 동네 주민들이 고양이를 해칠까봐 걱정. 두번째는 우리집에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알고, 고양이를 기르니 동네 고양이가 더 극성인 것은 아니냐며 나에게 화를 낼까봐 걱정이다.
2.5층(반지하 주차공간이 있지만 경사가 너무 심해서 쓰레기장+공터로 쓰이고 있다-_-)인 우리집에서 내다보면 주로 보이는 것은 누렁+검정 줄무늬 한놈과 흰색+회색 젖소무늬 한놈이고, 가끔 까만놈도 보이곤 한다. 흰색+회색 젖소무늬는 제법 털무늬가 그럴싸해서, 씻겨놓으면 예쁠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를 더 들일 형편도 되지않고, 그럴 의사도 없으므로, 그저 가끔 밥을 주는 것으로 그들이 잘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낮에도 한참 시끄럽게 울어대길래 창문턱에 걸터앉아 지켜보니 줄무늬와 젖소무늬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책을 보느라 골치가 아프기도 해서 한참 지켜보고 있자니, 줄무늬가 나를 발견하고 쳐다보기에 야옹 소리를 내줬다. 그랬더니 줄무늬는 화들짝 놀라서 담장에 몸을 숨긴뒤 나를 계속 주시했다. 그래서 또 야옹 했더니 후다닥 도망쳤다. 왠지 좀 재미있어서 젖소무늬도 나를 알아채길 바라며 계속 야옹거렸다. 젖소무늬는 내가 앉은 창문 바로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건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하늘 위에서 내가 야옹거리는 걸 보고, 저 커다란 덩어리가 저 높은곳에서 야옹을 하다니! 하며 깜짝 놀라며 도망쳤다.
왠지 고양이를 쫓은 것 같기도 하고 이긴 것 같기도 하여 약간 불쌍함과 의기양양함을 갖고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들은 다시 모여 울고있다. -_- 담장 아래에 밥 놔뒀으니 밥이나 먹고 다녀라 이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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