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 생각

오늘도 일루가 보고싶다.

바람이 차고 하늘은 벌써 깜깜한 퇴근길에 허공을 보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나지막히 일루를 불러봤다. 어디선가 듣고 있지는 않겠지. 일루는 이제 어디에도 없지. 그래도 한번씩은 이렇게 불러보는 거다. 아니 그냥 넘쳐서 흘러나오는거다.

생각 해 보면 모든게 다 나를 위한 것들이었다. 일루를 위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것들이었다. 내가 이기적이고 내가 약한 인간이라서 그랬다. 내가 없는 일루보다 일루가 없는 나를 더 걱정했다. 마지막 며칠간은 퇴근길이 두려웠다. 고양이들만 있는 집 문을 열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 일까봐서. 두려워할 시간에 한 번 더 만져볼 걸, 한 번 더 눈 마주칠 걸. 이제와 다 소용없는 이야기다.

어떤 말이라도 남겨놓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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