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결혼을 했고, 대학원에 갔다. 나는 사실 스스로의 생활을 잘 돌보는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이다. 성인으로서의 기본이 없는거다. 일상을 조직하지 못한다. 그건 병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생존하는데 필수조건인 먹고 자고 싸는 일 중 하나가 되지않는 것이니까. 그런 내가 결혼이라거나 대학원 진학이라거나 하는 위험부담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부모님 슬하에서, 잉여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혼을 하고 먹고 자고 싸는 일이 오롯이 내 책임이 되면서 많은것이 붕괴했다. 그 결과로 맨 처음 드러난건 체중증가다. 최근 1-2년사이 30kg이상이 증가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불규칙한 생활이 더욱 가속화된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일주일에 이틀씩은 잠을 못자곤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나의 지난 10년간의 약물치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을 하면서 자는게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잠을 못자면 더 돼지가 된다. 그런 모든 일의 결과로 나는 세자리수의 몸무게가 됐다. 덕분에 소수자의 입장을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다. 당신들이 말해주지 않아도 난 내가 돼지인걸 잘 안다. 내가 바라는건 내가 당신들에게 그러듯, 외모에 대해 지적하지 않아주는 것 뿐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 무례를 자신의 선의라고 생각한다.
많은 의사들은 말한다. 살을 빼세요. 잠을 잘 자세요. 모두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나도 못자서 억울하다. 돼지가 된것도 억울해죽겠다. 그렇지만 모든게 내 책임이므로 나는 아무 말을 못한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아직 나에게 허락된 확률을 말하기에는 주어진 정보가 너무 적다. 그것들을 계산하기 위해 각종 검사가 예정되어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될수록 발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여성호르몬이 과다한 원인중의 하나로 나의 고도비만이 지적되었다. 아무튼 돼지라서 암에도 걸렸다.
물론 생각한다. 아마 나는 고생은 좀 하겠으나 나을 것이다. 유방암은 완치율이 높기도 하고, 우연한 계기로 암을 발견하게 된 것이므로,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많이 진행된 암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걱정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이 모든게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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