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

일루가 떠난 것을 알리자,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보내주었다. 게 중 많은 사람들이 무지개 다리 건너간 동물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마운 마음들을 곱씹으며 든 생각은, 내 세계관에는 사후세계라는 것이 없다는 확신이었다.

어느 날은 주말에 낮잠이 들었는데 일루가 꿈에 나왔다. 밤에는 약을 먹고 자기 때문인지 거의 꿈이 기억나지 않는다. 꿈 속에서도 ‘일루는 죽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꿈 속이어서인지 인지부조화는 스리슬쩍 넘어갔다. 꿈에서 일루는 밥을 먹었고, 기분 좋게 뒹굴다가 꿈이 끝났다. 꿈에서라도 다시 일루를 만나니 좋았지만, 그리고 밥을 먹는게 가장 기분이 좋았지만, 꿈속에 일루가 찾아왔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저 내가 강하게 염원한 것이 꿈에 나왔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세계관에 사후세계가 있었다면, 그래서 언젠가 이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기다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루의 시간은, 일루와 나의 시간은 그저 끝났을 뿐이다. 어딘가 다른 세계로 옮겨가지도, 또 다른 재회가 유예된 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받아들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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