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

퇴근길 고속도로 출구로 접어들며 교통체증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면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다. 해질녘의 어둑함, 앞 차의 브레이크등, 아무 것도 모른 채 음악을 틀던 나의 모습, 일루에 대한 걱정, 그리고 곧 일루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들. 달라진 것은 해가 더 짧아져 그때 보다 어두워진 창밖 풍경뿐이다.

일루가 음식을 먹지 않기 시작해서 병원에 데려갔을 때, 그러니까 죽기 일주일 전쯤 나는 수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얘가 떠나려고 이러는 것은 아니냐고. 그랬더니 수의사는 말했다. 워낙 고양이들이 그러긴 하지만 지금 일루 눈빛을 보라고. 아직 세살 같다고. 나이도 있고, 암도 진행되서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 해 왔지만 그 말에 왠지 나는 마음을 좀 놓았었던 것 같다. 일루의 눈빛은 정말로 반짝반짝 빛났으니까. 죽은 뒤에야 알았다. 죽은 다음에도 눈은 반짝거린다는 것을.

여느 고양이들이 다들 그렇지만, 일루는 눈이 예뻤다. 어릴 때는 구리색의 눈이었지만, 자라면서 차츰 노란색으로 변하더니 까만 눈동자 주위로 옅은 녹색의 링까지 생겨 더욱 예쁜 눈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동그란 눈이 좋았고,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쓱쓱 문지를 때, 좋아하며 눈을 스르르 감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조금 더 적극적인 치료와 검사를 요구했어야 한다는 뒤늦은 후회 같은 것을 지금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가 얼마나 그 눈동자를 다시 보고싶은지, 미간 사이를 쓸어보고 싶은지, 콧잔등을 매만지고 싶은지 그리고 매일 퇴근길 마다 그 생각을 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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