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나에게 글쓰기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를 생각 해 보았다.
글을 썼다기도 우스운 것이지만, 한 때는, 그래, 아주 재미있게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열 다섯살 때 였었던가. 그 때는 그랬다. 재미있었고, 편했다. 과거형으로 진술하고 있듯이,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는 말이다. 지금은, 글쓰기가 부담..스럽다. 학교라는 데에서 원하는 글이라는 게 어떤건지도 뻔한 일이고, 글이라는 것이 나의 사고를 문자에 가두어 버린다는 느낌일 들 때도 있었고, 또 그런 것이 아니라도 글 속에 순간 순간 비치는 나 자신의 자의식 과잉을 마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그래서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글 쓰는 것이 재미있었을 때는, 내게 하고싶었던 일도 있었고, 아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랬던 거 같다. 그때, 열 다섯살 때. 결국 그 때, 글 쓰기가 재미 있었던 것은 내가 사는게 재미있었던 까닭일 것이다. 재미있다는 것은, 어쩌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가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재미있어야 하므로. 지금 내가 글 쓰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그런 까닭일까. 나의 생활이 자의식 과잉이고 결국 돌고돌아 뻔하고 뻔해져 버린.
쓰고 있는 나도 참 정리가 되지 않는데, 이런 느낌을 처음 느낀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그 때 학교에서는 나에게 매우 많은 것을 써 올것을 요구했었고 나는 또 나름대로 뭔가가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다. 또 무언가가 부담스러웠다. 조금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리고 지금은 ─.
지금 내가 이런 걸 쓰게 된 이유는, 9월 초에 이런 저런 일로 격월간 대안교육잡지인 <민들레>에서 내게 글을 하나 써 줄것을 요구하였다. 잡지사에서 내게 글을 청탁 해 왔다는 것은, 나로서는 참 감사하고 가문의 영광인 일이겠지만, 그래도 쓰자니 참 부담스러운 것이다. 뭐 잡지에 글이 실린다는 건 다시 말하면 전국적인 망신-_-;;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서 더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지금의 내겐 무언가를 쓴다는 자체가 좀, 힘든, 그런 까닭이다.
이미 처음 부탁했던 시간은 지나갔고 그쪽에서 재차 부탁을 하였으나 나는 아직 쓰지 못하고 있다. 미안한 일이다, 정말이지. 하지만 결국 뻔한 소리를 조금 바꾸어 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 조금은, 용서가 잘 되지 않는 일이므로.

가장 웃기는 것은, 결국 나는 또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
2000.09.28

http://mokitbul.org/scribble/scribble.html?id=20000928